앞서 후기를 작성한 베르나르 뷔페 전을 보러 가기 전에 방문했던 에드바르 뭉크전이다.
알다시피 에드바르 뭉크는 노르웨이 사람이다. 그의 그림을 볼 때면 깊은 겨울, 해가 짧은 북유럽의 음울함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한국에 온 그의 그림을 통해 가보지 못한 오슬로의 뭉크 미술관을 조금이나마 경험하고 싶었다.
사실 난 지난 2023년 겨울, 북유럽에 오로라를 보러 다녀왔고, 그 여행은 내 평생 최고의 여행이었다.
오로라도 오로라지만 스웨덴의 감각적인 포토그라피스카 (현대사진 미술관)과 세련된 디자인 가구 및 소품들은 내 오감을 너무나도 황홀하게 해주었다. 이후에 후기를 작성할 "스웨덴 국립미술관 컬렉션 - 새벽부터 황혼까지" 전시와 함께 더불어 에드바르 뭉크전을 통해 북유럽의 감성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어 방문한 전시다.
역시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유명한 화가라 그런가... 아침 11시 경에 도착해서 길게 줄을 서지 않고 입장은 했지만 내부는 바글바글했다. 이후에 다녀온 베르나르 뷔페 전과 많이 비교가 되었다. 그림 하나 보는데 한참을 줄서서 봐야만 했다. 특히나 그 유명한 "절규" 앞에서는 감상을 위해 내 차례가 올 때까지 한참 기다려야만 했다. 사람들이 사진을 찍느라 작품 앞에서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유명한 전시였지만 사진을 많이 찍지는 못했다. 오히려 사진을 찍음으로써 나의 그림 감상에 방해가 될까봐 내 차례가 되면 집중하여 그림을 감상했다. 그래도 절규는 놓칠 수 없지. 드로잉처럼 그려진 버전이었는데, 이 그림만큼은 놓치지 않고 찍었다. 그리고 다른 그림보다 오랫동안 앞에 머무르며 작품 감상에 집중했다.
종이에 석탄으로 그린 후, 약간의 채색을 더한 1895년작 절규
뭉크는 뭉크다. 워낙에 인터넷 상에 많은 패러디와 밈도 양산한 작품이라 익숙하지만, 작가가 직접 그린 원작을 가까이에서 보는 느낌은 확실히 달랐다. 그리고 아래 써있는 뭉크의 친필까지도 하나의 작품이었다.
저 구불구불한 검은 선과 간혹 중간중간에 입혀져 있는 붉은 색, 귀를 막고 있는 사람의 표정까지. 마돈나, 뱀파이어 같은 시리즈도 많이 전시되고 있었지만, 내게는 역시 절규였다. 불안한 감정을 어떻게 이렇게 거부감없이 전세계의 사람들이 공감할 정도로 절묘하게 표현할 수 있지. 나라마다 언어는 달라도 이 그림의 제목이 "절규" 라는데는 모두 이의 없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시장 곳곳의 벽면에서 뭉크가 남긴 말도 볼 수 있었는데, 가장 인상깊었던 말은 다음과 같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풍화, 부식같은 변화마저도 작품 표현의 일부로 받아들인 뭉크. 끊임없이 시간을 거스르려고 노력하는 것이 현대인인데, 이 말에 어떤 울림이 있었다.
노르웨이는 물가가 비싸서 지난 북유럽 여행에서 일부러 뺀 나라인데, 오슬로를 제외한 것은 나의 크나큰 실수였나 보다. 언젠가는 꼭 오슬로에 가서 뭉크의 그림을 마음껏 감상하리라. 사람들이 아주 많은 타국의 좁은 장소가 아닌, 고요하고 넓찍한 뭉크의 나라 노르웨이에 있는 뭉크 미술관에서 (거긴 인구밀도가 낮으니까 미술관도 헐렁하지 않을까 ㅎㅎ)
그래도 이렇게 뭉크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게 장소를 제공해 준 한가람 미술관에 감사할 따름이다. :)
'초보 컬렉터 > 전시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형근 담담하게 展_청주시립미술관 (2024년 8월) (3) | 2024.09.28 |
---|---|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_싱잉볼 명상 체험 (with 대청호 미술관 전시지원 공모 선정전) (1) | 2024.09.22 |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특별 수장고 - 드로잉 소장품 (24/08/27~24/10/10) (8) | 2024.09.18 |
한국에서 두번째 전시 - 베르나르 뷔페 전 (2024년 8월) (6) | 2024.09.15 |
댓글